章疏書名
성유식론술기成唯識論述記
개요
『성유식론술기』는 규기가 『성유식론을 주석한 책이다. 현장은 인도에서 귀국할 때, 세친이 지은 『유식삼십송』에 대한 인도 10대 논사의 주석서를 모두 갖고 왔지만, 한역 과정에서 규기의 건의를 받아 들여, 10대 논사 가운데 호법護法의 학설을 정설로 삼고 나머지 논사들의 주석을 발췌해서 『성유식론』을 완성하였다. 그러므로 『성유식론』의 성립에 있어 규기의 역할은 지대하였고, 그가 쓴 『성유식론술기』은 『성유식론』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주석서로 간주되었다.
체제와 내용
현장은 주로 유가행파의 유식(唯識)에 관심이 있었고, 그것은 그의 천축구법행의 직접적인 동인이 되었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천축에 간 현장은 계현의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받았으며, 학업을 마친 현장은 방대한 양의 경전을 가지고 귀국하여 떠날 때와 달리 황제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장은 황제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곧 역경작업에 몰두하였고, 규기 등과 더불어 『성유식론』을 편역하였다. 필수를 맡았던 제자 규기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의 주석서인 『술기』를 저술하였고 이 두 종류의 책은 중국 법상종의 주요 경전이 되었다.
『술기』는 『성유식론』의 매우 상세한 주석서이다. 유식(唯識)이란 ‘세상의 모든 것은 아뢰야식이 변하는 바일 뿐, 어떠한 외경(外境)의 존재도 없고 오직 내식(內識)만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동시에 『술기』는 인명학(因明學)의 도움을 빌려 소승과 불교 이외의 각 철학 유파에 대한 반박도 하였다. 『술기』는 유식학과 대승불교의 토대가 되는 사상이며, 규기에 의해 시작된 법상종(法相宗)의 소의 논서이기도 하다.
『성유식론』중에는 십대논사의 이름이 보이지 않지만 『술기』에서는 그들에 관한 설명이 있어 매우 소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술기』의 주석서로는 당 도읍(道邑)의 『의온(義蘊)』(5권), 여리(如理)의 『의연(義演)』(26권) 등, 여러 문헌이 전한다.
『성유식론술기』는 전체가 다섯 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문은 변교시기辨敎時機로서, 교가 설해진 시간과 이 교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근기의 두 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문은 명논종체明論宗體로서, 우선 이 논의 종지는 유식唯識에 있음을 밝혔고, 이 논의 체體는 섭상귀성攝相歸性 등의 네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세 번째 문은 장승소섭藏乘所攝으로, 승乘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이 논은 일승一乘에 속하고, 장藏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이 논은 삼장三藏 중 보살장菩薩藏에 속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네 번째 문은 교흥연주敎興年主로서, 유식의 교가 흥기한 시기와 이를 흥기시킨 논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논주에 대한 설명에서는
『유식삼십송』을 지은 세친世親 및 인도의 십대논사들의 연대를 함께 언급하고 있다. 다섯 번째 문은 본문판석本文判釋으로, 본문을 따라가며 그 의미를 해석하는 부분이다. 분량으로 보면 『성유식론술기』 10권 중에서 1권 전반부에 앞의 4문이 설해져 있고, 1권 전반부 이후부터 마지막까지 제5문의 내용이 전개된다. 이 책은 인명因明의 방법론에 의거하여 『성유식론』 본문의 문구를 해석하고, 또한 이에 근거하여 외도 및 소승의 주장을 논파하는 점에 특징이 있다.
<동국대학교 박인석>
장소찬자
규기窺基(632-682)는 그냥 기基라고도 불린다. 당의 장안長安 사람으로 속성은 위지尉知이고, 자는 홍도洪道이다. 17세에 출가하여 현장의 제자가 되었다. 23세에 자은사慈恩寺로 옮겨 현장에게서 범어와 불교 경론을 배웠다. 25세 이후에 역경 사업에 참여하였다. 659년 현장이 유식학의 논서들을 한역할 때, 규기는 신방神昉·가상嘉尙·보광普光 등의 세 사람과 함께 검문檢文·찬의纂義 등의 역할을 맡았지만, 『성유식론』의 한역 과정에 있어서는 규기 한 사람만 참여했다. 이후 현장이 『변중변론辯中邊論』·『이십유식론二十唯識論』 등을 한역할 때도 규기가 필수의 일을 맡았고, 이후 그에 대한 주석서도 지었다. 51세를 일기로 자은사의 번경원飜經院에서 입적하였다. 규기는 중국 법상종의 초조로 불리었고, 백본百本의 소주疏主로 불릴 만큼 다양한 경론에 대한 주석서를 지었다. 그러나 법상학자로서의 규기의 가장 뛰어난 업적은 『성유식론』의 한역 및 그에 대한 주석서인 『성유식론술기』에서 찾을 수 있다.
<동국대학교 박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