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역경원 〈불교성전〉 50년 만에 새 옷 입다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11-04 조회2,4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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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이 엄선한 팔만대장경의 진수

 

동국역경원 불교성전50년 만에 새 옷 입다

 

 

 

50년 만에 읽기 쉬운 한글문장으로 다듬어

 

법정스님 숨결 오롯이 느끼며 한 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불교인들에게는 신앙과 수행의 길라잡이로, 일반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쉬운 불교 입문서가 되어 온 동국역경원 불교성전이 재개정판으로 출간됐다. 법정스님의 편찬으로 197211월 초판이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총 80쇄를 펴낸 명실상부한 스테디셀러가 50년 만에 새 옷을 입은 것이다.

 

 

 

당시 불교성전은 법정스님의 책임편찬 아래 주요 불경(佛經)의 핵심 부분을 선별하고 여기에 역대 조사 어록을 발췌 첨부하여 소개하며 우리는 처음, 한 권으로 된 한글 불교경전을 접할 수 있었다. 불교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에게 저항 없이 읽혀야 한다는 취지 아래 불교는 어렵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불교성전을 선보인 것이다.

 

불교성전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록한 많은 문헌들 중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고 정확하게 정리한 한 권으로 읽는 불교경전이다. , 대장경을 한 권으로 압축하되, 현학적인 교리에서 벗어나 재미있고 알기 쉽게 부처님의 지혜와 교훈을 담는데 주력했다. 그 길라잡이가 되어주신 분이 법정스님인데, 스님께서 열반한지 10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스님의 글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 조차도 불교성전이 법정스님 글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듯하다.

 

법정스님은 불교성전을 어려운 교리 나열에서 탈피, 읽어서 생활의 지혜와 교훈이 될 수 있는 설법을 중심으로 엮었다. 또 올바르고 전체적인 불교를 이해시키고자 어떤 종파에 치우치거나 구애됨 없이 통불교적인 입장을 지켰다. 불교의 기본 정신인 지계·선정·지혜를 날줄로, 수행의 단계인 믿음()과 이해()와 행동()과 깨달음()을 씨줄로 엮으면서 불··(佛法僧) 삼보(三寶)를 내세웠다.

 

새로 출간된 불교성전20003월 개정판에서도 반영되지 못했던 문장의 현대화, 즉 자연스러운 한글 문장으로의 전환에 주력했다. 최초 편찬자인 법정스님의 문장을 최대한 살리되, 의미를 보다 명료하게 보완하고, 한글 문장 구조에 익숙하도록 다듬었다. 초판 발행 후 50년 동안 축척된 경전 번역 역량을 반영한 것이다.

 

종단과 학계, 출판계의 여러 번역본을 참조하여 누구라도 더 쉽게 부처님 말씀을 접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글본을 지향한 이번 불교성전은 동국대학교 윤재웅 교수(다르마칼리지 학장)가 윤문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제자이자 국문학자인 윤재웅 교수는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어려운 한자어나 불교용어를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고, 경전 원본에는 있었으나 기존 불교성전에 누락된 내용을 하나하나 대조 후 찾아내어 보완했다. 그리고 부처님의 생애나 부처님의 설법, 제자들과의 문답 등 전편에서 간결하게 처리된 부분들을 보완하여 이해가 쉽도록 재구성했다. 특히 부처님의 출가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인간적 면모로 접근하면서 독자들이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보완해 읽는 재미를 보강했다.

 

불교성전의 산스끄릿, 빨리어 발음은 범례를 정하고, 가능한 원음에 가까운 소리로 한글 표기 했다. 불교 원전 언어인 산스끄릿, 빨리어와 관련해 한글 표기 통일안을 내기 위해 많은 전공자들이 나름의 제안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 언어의 자모가 한글과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함을 도출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은 불교성전현대화라는 출간 의의에 맞춰 동국대학교 황순일 교수(불교학부)의 제언과 감수로 최근 학계의 흐름을 따라 표기했다.

 

특히, 이번 불교성전의 재개정을 앞두고 불교성전 편찬회는 23일간, 40시간에 걸친 합동 강독회를 진행했다. 합동 강독회에는 윤문 책임을 맡은 윤재웅 교수를 비롯, 황순일 교수, 백승권 작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소리 내어 성전을 읽어가며 불교 용어를 확인하고 통일하고자 노력했다. 또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토론을 진행하며 문장을 다듬는 과정을 진행하는 등 보다 나은 불교성전의 출간을 위해 힘을 모았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는 것은 무척 힘들다. 아무것도 서있지 않는 황무지를 개척하는 것 역시 힘들다. 50년 전 불교성전이 어둠과 황무지에 세운 커다란 나무였다면, 그래서 그 나무 그늘 아래 모인 많은 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지혜로 위안 받고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제시 받았다면, 오늘의 불교성전은 그 나무의 향기로운 열매가 되어 마음의 고픔을 채우고 방황하는 발길을 붙잡는 힘이 되어주길 기대한다.